인류는 이제 단순히 지구를 넘어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현실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행성은 바로 ‘화성’입니다. NASA, SpaceX, 유럽우주국(ESA) 등 주요 우주기관과 민간 기업들은 수십 년 내에 인간을 화성에 보낼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화성에 정착해 장기 거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수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화성에서 생존하려면 단순한 탐사 이상이 필요합니다. 지구에서 필요한 모든 자원을 실어 나르기는 비현실적이며, 결국 화성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자급자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화성에 정착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구축해야 할 시스템은 무엇일까요?
생존의 기본: 물, 산소, 에너지 확보 시스템
지구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자원들이 화성에서는 극히 희귀하거나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물과 산소, 그리고 이들을 생산하고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 체계는 생존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화성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지 않으며, 표면의 온도는 평균 영하 63도에 달합니다. 하지만 극지방이나 일부 지층 아래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얼음을 녹이고 정제하여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드는 시스템은 정착지 건설의 가장 첫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작동되어야 합니다.
산소 또한 화성 대기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화성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CO₂)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산소로 전환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NASA는 2021년 ‘퍼서비어런스’ 로버에 MOXIE 라는 장비를 실어 보내 실험적으로 화성 대기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화성 정착지에 안정적인 산소 공급원이 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태양광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화성은 지구보다 태양에서 멀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태양광이 약 44%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대기 밀도가 낮고 구름이 적어 효율적인 발전이 가능합니다. 태양광 패널 외에도 핵분열 발전소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으며, NASA와 DOE(미 에너지부)는 실제로 소형 핵분열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이러한 기본 생존 인프라가 구축되어야만 이후의 주거지 건설, 식량 생산, 탐사 활동 등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자원 확보'는 화성 정착의 기초이자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과 폐기물 순환
화성에 정착한다는 것은 단순히 단기간 머무는 것을 넘어, 자급자족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 핵심은 바로 식량 생산과 자원 순환입니다.
현재까지의 우주 탐사에서는 모든 식량을 지구에서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화성에서는 수개월 또는 수년씩 머물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모든 식량을 운반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화성에서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문제는 화성의 토양이 지구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화성 토양은 영양분이 거의 없고, 과산화물 및 중금속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식물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NASA와 여러 연구기관들은 화성 토양을 정제하거나, 지구에서 가져간 인공 토양 및 수경재배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받는 방식은 폐쇄형 생태계입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식물, 물, 사람의 대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물과 산소, 이산화탄소, 유기물 등을 지속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이산화탄소와 유기 폐기물을 배출하고, 식물은 이를 흡수하여 산소와 식량을 제공하며, 물은 정제 후 재사용됩니다.
이러한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단순한 자원 절약을 넘어, 생존 안정성과 장기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핵심 기술로 간주됩니다. 이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이러한 순환 시스템의 일부가 적용되어 실험 중이며, 이를 확장하여 화성 환경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심리적 자급자족’의 중요성
화성에 물이 있고, 산소가 있고, 식량이 있다 해도 인간이 그곳에서 ‘살 수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은 단순한 생물학적 생존 외에도 정신적 안정과 사회적 교류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화성에서의 장기 거주에는 심리적 자급자족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먼저, 화성은 지구와의 거리가 평균 2억 2천만 km에 달해 통신에만 왕복 수십 분이 걸리며, 고립된 생활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한 고립감, 외로움, 우울증은 실제 우주 비행사들에게서도 자주 보고된 문제입니다. NASA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적인 정신 상담, 가상현실 기반 소통 시스템, 공동체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 중입니다.
또한, 화성에서는 지구와 같은 일상적 환경 자극이 거의 없습니다. 햇볕, 바람, 비, 자연의 소리 등이 결여된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감각 박탈과 인지 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연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나, 식물을 돌보는 정서적 활동, 인간 간의 소규모 공동체 구성 등이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화성 정착은 인간의 정신적, 감정적 안정 없이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간다운 삶을 위한 문화적·심리적 장치의 설계는, 물이나 에너지 못지않게 중요한 ‘생존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성에 정착한다는 것은 단순한 과학 기술의 진보만으로는 불가능한 도전입니다. 물과 산소, 식량과 에너지 같은 물리적 자원의 자급자족은 물론, 폐기물의 순환, 인간의 정신적 안녕까지 포함하는 총체적인 생존 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비로소 ‘화성에서 산다’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우리는 그 출발선에 서 있으며, 각 분야의 연구와 기술 개발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시스템은 인간이라는 생물의 복잡성과 취약성을 중심에 두고 설계되어야 하며, 기술과 인간성의 조화 속에서만 진정한 정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의 수십 년은 화성 정착이 꿈에서 현실로 전환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그 여정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을 가져갈까’가 아니라, 화성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준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