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외계 문명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면,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전 세계 과학자들과 천문학자들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실질적인 과제다. 우리는 매년 수천 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하고, 그중 일부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그곳에 고등 지성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의사소통을 시도한다면 — 우리는 그 메시지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외계 문명의 언어를 해석하는 문제는 단지 ‘번역’ 이상의 과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지적 체계, 생물학적 조건, 문화적 맥락 위에서 형성된 소통 수단을 해석하는 도전이다. 그리고 이 어려운 퍼즐의 중심에 있는 기관이 바로 SETI이다.
오늘은 외계 문명이 쓰는 언어는 어떤 형태일지 세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인간 언어의 한계: 지구적 사고를 넘어설 수 있을까?
언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생물종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분류하며, 어떻게 사고하고 감정을 표현하는지를 드러내는 ‘지적 체계의 그릇’이다. 인간의 언어도 그러하다.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와 벤저민 워프는 “사람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틀 안에서만 사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외계 문명이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가 상상조차 못 하는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언어는 대부분 청각 또는 시각 중심이다. 그러나 외계 문명이 청각이 아닌, 전기적 신호나 자기장을 감지하고 사용하는 생명체라면? 혹은 화학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교환한다면?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인간에게 전혀 감지되지 않거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방식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언어의 기본 구조 — 예를 들어 주어-동사-목적어라는 문법 체계, 문장과 단어의 구분, 추상 개념을 표현하는 단어 등 — 역시 전혀 다를 수 있다. 인간은 선형적인 시간 개념을 기반으로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만, 외계 문명이 비선형적 시간 인식을 갖고 있다면 언어 구조도 아예 다르게 진화했을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만 외계 지능의 언어를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SETI는 이를 고려해 인간 언어의 패턴을 넘는 정보 구조를 찾고 있다. 예컨대 수학적 규칙성, 피보나치 수열, 소수열, 또는 비주기적 반복 패턴 등을 언어가 아닌 ‘지적 신호’로 가정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수학, 음악, 코드: 보편 언어는 존재할까?
인간은 언어적 다양성을 넘어서기 위해 ‘보편 언어’에 대한 기대를 품는다. 대표적인 예가 수학이다. 수학은 인류의 문화와는 무관하게 우주 어디서든 동일하게 적용되는 논리 체계라 여겨진다. “2+2=4”는 지구든, 외계든 변하지 않는 명제일 것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외계 문명도 수학적 사고를 사용한다면, 이를 매개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산물이 바로 1974년,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통해 보낸 아레시보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1,679비트로 구성된 이진 신호로, 해석하면 숫자, 원자번호, DNA 구조, 인간 형상, 태양계 배열 등을 그림 형태로 표현한 내용이 된다. 이처럼 수학적 규칙과 이진법 기반 메시지는 외계 문명이 지적 존재라면 알아볼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 시작된 것이다.
음악도 유력한 보편 언어 후보 중 하나다. 리듬, 주파수, 반복 구조 등은 문화적 배경 없이도 감지 가능한 정보 형태다. NASA가 보이저 탐사선에 실어 보낸 ‘보이저 골든 레코드’에는 지구의 다양한 음악과 소리, 인사말이 담겨 있었다. 이는 외계 문명에게 인간 문화를 소개하려는 시도이자, 음악이 감정과 규칙성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외계 문명이 반드시 인간처럼 수학을 이해하거나 음악적 감각을 공유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보편’이라고 여기는 개념조차,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감각과 사고체계에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SETI는 단순히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동시에 그 신호를 해석할 수 있는 보편 구조를 찾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석의 순간: 진짜 소통은 어떻게 가능한가?
가장 큰 난관은, 만약 외계 문명의 신호를 포착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인간이 의미 있게 해석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전파 신호 속에서 일정한 주기나 규칙을 발견했다고 가정하자. 그 순간 그것이 인공적인 것인지 자연적인 것인지조차 판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연계에도 규칙적인 전파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신호가 정말 외계 문명의 것이라면, 그들의 문화적 맥락이나 의도, 사용 방식이 전혀 다른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인간 사회에서도 문화 간의 언어 해석은 수많은 오해를 낳는다. 같은 단어도 문화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하물며 전혀 다른 행성과 진화 과정을 거친 지성체와의 소통이라면, 우리가 해석했다고 믿는 의미가 실제 의미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SETI는 이를 고려해, 다양한 ‘시나리오 해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신호 내의 반복성, 정보량, 예측 가능성, 변화 패턴 등을 분석해 “의도된 메시지”와 “우연의 산물”을 구분하는 알고리즘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여전히 많은 추정을 동반하며, 완전한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더 나아가, 언어의 구조가 아닌 인지 방식 자체가 다를 수 있다는 가정도 존재한다.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뇌의 언어영역을 통해 해석한다. 하지만 외계 문명이 전혀 다른 신경 구조나 지각 체계를 갖고 있다면, 그들의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뛰어넘을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외계 문명을 직접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는, 인간 지성의 가장 아름답고 겸손한 질문 중 하나다. “나 아닌 다른 존재는 어떻게 사고하는가?”라는 물음은 단지 외계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성찰하게 해준다.
언어는 문명과 사고의 거울이다. 우리가 외계 문명의 언어를 해독할 수 있는 날이 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도전을 통해 우리는 더 보편적인 사고, 더 넓은 소통의 가능성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하늘을 향해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또 그것이 돌아오길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