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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스타일리스트, 요리보다 연출에 진심인 사람들

by 뚜프리 2025. 6. 10.

맛있는 음식을 떠올릴 때 우리는 종종 사진 한 장을 먼저 기억합니다. 윤기 나는 갈비찜, 부드러운 크림이 흐르는 케이크, 가지런히 놓인 반찬들. 눈앞에 두지 않아도 군침이 도는 사진은, 실제 요리 못지않은 매력을 지닙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미 ‘보는 맛’에 익숙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푸드 스타일리스트입니다. 오늘은 푸드 스타일리스트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요리보다 연출에 진심인 사람들
푸드 스타일리스트, 요리보다 연출에 진심인 사람들

 

음식을 가장 먹음직스럽게 만드는 마법사

 

겉보기에 ‘음식을 예쁘게 꾸미는 사람’ 정도로 여겨질 수 있지만, 실제로 이들의 역할은 매우 전략적이고 복합적입니다. 이들은 음식 촬영이 필요한 모든 장면에서 비주얼을 완성하는 연출자로 활동합니다. 광고, 방송, 유튜브, SNS 콘텐츠, 심지어는 요리책과 카페 메뉴판에 이르기까지 음식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 이들의 손길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특히 영상 매체에서는 음식이 조명과 시간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존재는 더욱 중요합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면은 3초도 안 되어 사라지며, 볶음밥의 윤기나 냉면의 투명함은 조명 아래에서 순식간에 죽어버립니다. 이처럼 ‘맛있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기술과 연출, 바로 그것이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핵심 역량입니다.

 

과학과 감각의 교차점에서 만들어지는 한 장의 예술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작업은 단순한 플레이팅을 넘어선 세밀한 설계와 실험의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햄버거 광고를 찍는다고 생각해봅시다. 실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받는 햄버거와는 전혀 다른, 각 재료가 완벽한 균형으로 쌓인 한 컷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고도의 테크닉을 사용합니다. 양상추는 식감을 살리기 위해 물에 담가 둔 뒤 살짝 말리고, 토마토는 수십 개 중 가장 원형이 잘 유지된 것을 골라내며, 패티는 보기 좋은 색감을 내기 위해 따로 굽고 굳힙니다. 때로는 이를 고정시키기 위한 철사, 핀셋, 클립 등 공예 도구까지 동원됩니다.

또한 아이스크림처럼 쉽게 녹아버리는 음식은 촬영용 모형으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감자 으깬 것에 설탕과 색소를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 모형이 있는데, 실제보다 더 선명하고, 오래도록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자주 사용됩니다. 국물 요리는 기름을 뿌려 윤기를 내고, 김이 필요한 장면에는 드라이아이스나 따뜻한 수건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연출합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속임수’가 아닙니다. 오히려 카메라와 조명 환경에 최적화된 미각의 시각화, 즉 음식을 통해 감정을 자극하고 경험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단순히 ‘예쁘게 담는 것’을 넘어서, 브랜드의 이미지와 메시지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같은 돈까스라도,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정갈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MZ 세대를 겨냥한 SNS 콘텐츠라면 감각적이고 과감한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단지 셰프가 아닌,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팀의 일원으로 기능합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되려면: 직업의 이면과 시작 방법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합니다. 특히 ‘음식을 예쁘게 담는 것 정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현장에선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체력이 요구됩니다.

이 직업을 시작하려면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요리, 미술, 촬영 감각이 복합적으로 요구됨
요리를 못 해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인 음식 재료에 대한 이해와 손재주는 필수입니다. 또한 색감 조화, 구도, 소품 배치 등에 대한 미술적 감각과 사진·영상 연출에 대한 감수성도 중요합니다. 즉, 요리 하나만 잘해선 어렵고, 시각예술에 대한 관심과 응용력이 있어야 두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실전 위주의 교육과 경험이 가장 중요
국내에는 푸드 스타일링 전문 교육기관이나 대학 부설 프로그램, 온라인 강좌들이 존재합니다. 이곳에서 기초를 배우고 포트폴리오를 제작한 후, 촬영 현장의 어시스턴트로 참여해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것이 일반적인 진입 방식입니다. 보통 광고 촬영, 방송 제작, 유튜브 콘텐츠 제작 등에서 보조 역할을 하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 프리랜서나 소속 스타일리스트로 독립합니다.

--프리랜서 비중이 높지만, 장기 프로젝트도 존재
경력이 쌓인 후에는 브랜드 전속 스타일리스트가 되거나, 유명 유튜버, 셰프, 푸드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기회도 생깁니다. 예를 들어 유명 음식 예능 프로그램의 테이블 세팅을 담당하거나, 호텔 신메뉴 화보를 촬영하는 등의 업무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SNS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브랜드에서는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기획자로서 의견을 제시하고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직업이 체력과 반복, 그리고 끝없는 디테일의 싸움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루 종일 같은 컵라면을 수십 번 세팅하거나, 몇 밀리미터 차이로 젓가락 위치를 조정하는 날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한 컷이 수십만 명의 마음을 움직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며, 누군가의 입맛과 추억을 자극한다면 그 고생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됩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수많은 음식 사진을 보고, 그중 일부는 마음을 움직입니다. 어떤 건 고급스러워 보이고, 어떤 건 단순히 위장을 자극하며, 또 어떤 건 기억 속의 감정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 모든 장면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 뒤에는 보이는 맛을 설계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의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가 일상이 된 지금, 음식은 단순한 영양 섭취 수단이 아니라 소비와 감정, 콘텐츠와 기억이 얽힌 복합 문화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문화의 한 가운데에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맛을 ‘눈으로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은 오직 푸드 스타일리스트뿐입니다. 요리보다도 더 치밀한 감각으로, 우리는 오늘도 그들이 만들어낸 장면을 스크롤하고, 클릭하고, 기억하게 됩니다.